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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육아

아빠의 전쟁

얼마전 SBS에서 아빠의 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였다. 


내용의 핵심은 한국의 아빠는 전통적인 한국의 (일하는) 문화로 인해, 혹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며 직장에서 또 가정에서 전쟁같은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아이를 보는 시간 6분).


그리고 한국 아빠와 비교 (혹은 대조)하여 스웨덴 아빠를 보여주었는데 그들을 일명 라떼파파로 부르며 육아휴직을 내고 점심시간 아이들을 돌보며 시내에서 커피한잔 하는 여유로운 선진국(?) 아빠의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핀란드 역시 육아하는 아빠의 천국(?)으로 오후에 시내에 아이들의 유모차를 끄는 아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고, 오후 1, 2시에 아이들과 수영장에 있는 아빠의 모습또한 (엄마보다도) 자주 목격된다.


이곳에서 만난 핀란드 박사과정생(남자)들도 아이가 생기면 육아휴직을 내고 6개월 정도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보는데, 박사생이지만 월급을 받는 경우 육아휴직을 내야하며, 그러면 휴직기간동안에도 월급을 꼬박꼬박 받게된다.


이제 우리아이가 태어난지 21일!

기쁨도 잠시...

이 3주 동안 나는 한국의 아빠와는 또다른 아빠의 전쟁을 치뤘다.

어쩌면 한국아빠들은 경험하지 못했을 전쟁, 

또 한국엄마들이 홀로 겪고 있을 

고된 밤중 아이와의 전쟁말이다.


아이마다 다르고 엄마마다 다르겠지만 갓 태어난 아기가 있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밤중 우는 아이와의 사투가 이어진다.


듣기로는 한국에서는 아빠가 직장에 가서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빠를 위해 아이와 엄마가 따로 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아내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는 선진국(?)에 살고있기에 아이와 함께 잠을 자며 고스란히 아이와 밤중 시간을 보내고 있다.

때론 1, 2 시간의 긴 잠으로 부모에게 휴식을 선물(?)해 줄 때도 있고 때론 10분 단위로 일어나 이유없이 칭얼댈 때도 있기에..그런 순간마다 이 초보 엄빠는 밤을 지새우며 인터넷에서 아이의 증상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며 때론 긴장하고 때론 안심하며 밤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아이가 생기기 전과 생긴 후의 부부관계는 완전히 다르다고 하는데

그 말의 의미를 이제 아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특히, 한밤 중 아이의 울음으로 인해 자주 잠에서 깨게 될 때면

둘다 극도로 예민해지는데 (특히 새벽 2시에서 6시 사이가 그런것 같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전에 없었던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 속으로 기도하고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고

때론 함께 기도를 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아직 매일 새벽이 위기이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런 날들에 적응해가며 

감사하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이런 날들도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매일매일 새벽이 힘들고 피곤하다.


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전쟁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이나 혹은 핀란드의 아빠들도 전쟁(?)을 하고 있다.

한쪽이 일과 육아 사이에서라면 (한국)

또 한쪽은 온전히 육아를 위해서...


하지만 이 두 전쟁의 결말은 뻔하게도 천지차이이다.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대부분의 한국 아이들이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은 술, 담배, 오락, 잠으로 가득차있고

북유럽 아이들이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에는 하트가 난무한다.


나는 감사하게도 핀란드에서 

또 당분간 낮 시간에는 장모님과 처형의 도움을 받으면서

첫 아이를 키우고 있다.


물론 늦깍이 박사생에게 이 순간 학업에 대한 압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시간들이 값지게 돌아올...

내 아이가 내 모습을 생각할 때 하트가 뿅뿅뿅 나오게 될 시간들을 기다리며

잠시 학업은 잊고 

아내와 함께 기도하면서 아이를 키우려고 한다.


물론 내 고생은 아내의 백분의 일도 안될 것이고

한국에서 홀로 밤을 지새며 고생하는 엄마들의 전쟁의 만분의 일도 안될 것이다.


이 밤도 아이가 건강히, 

그리고 가능하면(?) 조금 더 오래 자기를 소망하며...

또 쪽잠을 자는 아내도 피로가 잘 풀리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