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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육아

외국에서 이중 언어 교육? 모국어 교육?

까르가 태어나고 육아에 전념하다가 

까르 6개월쯤 되었을때 (2017년 여름) 

미루어 두었던 논문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논문쓰는 것이 잘 안풀리다 보니 이런 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잡 생각들 중 하나는 까르의 언어교육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영어유치원과 영어학원에서 약 8년 정도 일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영어습득을 위해서 많은 노력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었다.

비싼 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기도 하고, 

영어 학원에 보내는 것은 필수가 된 것처럼 보였다.

집에서는 영어로 대화, 노래, 책, 영상등을 통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막상 그 과정이 힘들기도 하고 그러한 노력에 비해서 그리 큰 효과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까르가 6개월 됐을 즈음 우리는 2-3년 안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고

그 사회에서 생활하게 되면 무시 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에

까르의 영어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한국에서 이중언어 교육을 하고 있는 블로거의 글을 읽게 되었다.

한국인 아빠가 자신의 아기에게 영어로 이야기 하고 가르치는 과정을 담은 블로그였다.

말을 시작하게 된 아이는 영어를 꽤 잘 알아듣고 구사하게 되었고

한국어 영어 둘다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어린 아이에게 (아직)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에게 그리 동기 부여가 되지 않기도 하고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이중언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의 우리의 상황을 생각해 볼때 

우리는 주변의 이웃, 친구들과 어울릴때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고 있다.

(핀어가 안되니 영어일 수 밖에....) 

그래서 핀란드에서 머무는 2-3년 동안 

아이에게 이중언어를 교육하는 환경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 절반이 넘는 인구가 이중언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서 

Why not my child?


나의 이런 뜻을 남편에게 어필했을때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내가 영어 네이티브도 아니고 (뉘앙스: 니 영어로?)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에서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데... 

나중에 아이가 원하면 하면 될 것을 벌써.... 등등의 이유였지만 

나의 의지가 확고해서 마지못해 합의해 주었다 (뉘앙스: 니가 하면 얼마나 하나 보자). 

그래서 나는 까르가 6개월 됐을때 부터 영어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5개월 동안 아이에게 영어로 이야기 했다. 

남편과는 당연히 한국어로 대화했고 주 양육자인 나와 까르는 영어로 소통했다. 

당시 어려서 말을 하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나의 말에 가끔(...?) 반응하는 게 신기했고 보람된 마음에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그해 겨울 (2017년 말), 

남편이 대학교에서 정년트랙으로 취직이 되면서 정규직이 되었다. 

핀란드에서의 거주가 생각보다 길어지게 되었고 

(원하면) 아예 살게 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까르와 영어로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할 이유가 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핀란드 어린이들은 3학년때 영어를 시작해서 

정규과정만 잘 따라가면 교육과정이 마치게 될즈음엔 왠만한 의사소통 실력을 갖추게 된다. 

내가 까르에게 영어를 사용했던 이유는 곧 한국에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이지 

이곳에 머문다면 영어는 그리 걱정할 이슈가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 나의 논문은 여러가지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고 

결국 새로운 논문 주제를 모색하게 되었다. 

여러 주제들 가운데 모국어 교육에 대한 연구들이 나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민자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유지시키고 가르치는데 

얼마나 많은 어려움들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 이었다. 


찾아 본 연구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게 되면서 그 나라의 언어에 훨씬 많은 노출이 되고 

모국어 발달은 어느 순간 지체되거나 최악의 경우는 모국어를 잃게 된다는 것. 

그에 비해 부모들은 이주국가의 언어를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느리다 보니 

아이와의 언어 격차는 점차 벌어지게 되어서 대화가 힘들어진다는 내용. 


모국어에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은 더더욱 모국어로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않게되고

자신의 모국에 대해서 까지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며 

더더욱 이민국의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말하려는 경향이 보여진다는 연구. 


예전에 영어학원에서 일할때 

영어선생님으로 온 재미교포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다.

그들이 한국에 들어온 이유가 대부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들의 한국어는 엄청 유아적이었고 발음도 영어식이었으며 스스로 많이 창피해 했다. 

같이 일하던 한국 선생님들은 그런 어눌한 발음이 귀여워서 웃었는데 

그 교포선생님은 엄청 기분나빠해 했던 당황스러운 경험도 있었다. 


이민국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그 사회에 잘 적응 하라고 

집에서도 함께 이민국의 언어를 함께 사용하기를 권장하게 될 경우 상황이 악화 될 수 있고 

부모가 국제 커플인 경우 minority 모국어를 사용하는 부모의 경우 

본인이 열심히 모국어를 사용할 지라도 

부부간의 대화에서 모국어 노출이 아이에게 없기 때문에 

훨씬 노력을 해야지 그 모국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이러한 연구들을 접하면서 

까르에게 중요한 것은 외국어가 아니라 모국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언젠가 까르가 어린이 집에 가고 학교를 들어가게 되면 

한국어는 오롯이 집에서만 듣고 말하는 언어가 될 것이다. 

우리가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된다면 

한국어 노출양이 핀어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게 될 것이고 

까르는 핀어로 구사하는 것이 훨씬 편한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꾸준히 한국어를 사용하고 배워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됐다. 


결국 까르가 11개월쯤 되었을때 영어대화를 끝냈고 

한국어로 이야기 하고 한국어 노래를 불러주는것에 초(...?)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영어로 대화한 시간을 만회하고자;;;;


3일만 있으면 까르는 만 2살이 된다. 

까르는 말하는게 빠르진 않은것 같다. 

두 세 단어를 붙여서 말하는게 가능해 졌지만 문장과 발음은 아직 많이 서툴다. 

하지만 서서히 늘고 있는 것이 보이고 

가르쳐 주는 단어들은 빠르게 익히고 기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더 빨리 발달할 수 있었는데 나때문에 좀 늦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긴 하지만 

그때의 시도를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면 계속 유지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고 

이러한 연구들을 접하게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에 곧 돌아갈 예정인 가족들은 한국의 교육에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오래 살 예정 이거나 이민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전수(...?)하는것이

본인, 아이,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가 너무 커서 모국어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