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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육아

모유수유 대장정 1 - 혼합, 완분

오늘은 꿀비가 만으로 1년이 되는 날이다. 내일은 첫 돌!

애들 재우고 나는 오랜만에 블로깅, 남편은 백설기 케익을 준비하고 있다. ㅎㅎㅎ

 

어제 그리고 오늘, 저녁에 꿀비 젖을 먹이는데 괜히 눈물이 글썽글썽거렸다.

1년 열심히 모유수유를 한 끝에 이제 단유할 생각을 하다보니 만감이 교차해서 그런가 보다.

 

나에게 모유수유는 나 스스로 정말 정말 대견한 일이다.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 세가지는 입덧, 자연분만, 모유수유다. 

순서를 매기라면 모유수유 > 입덧> 자연분만.

 

출산과 입덧이 힘들고 고되다는 것은 아주 어렸을때부터 사람들에게 들어와서 알겠는데

모유수유가 어렵다는 말은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왜지*100000000?

나중에 모유수유 시작하면서 인터넷 검색해보니 그제서야 이게 엄청 힘든일인지 알게됐다.

 

첫 아이 까르땐 난 그냥 무지했다. 그냥 모유가 저절로 나오는지 알았다.

제왕절개로 하루 회복실에 있으면서 까르는 젖병으로 (누군가가 기부한)모유를 먹었다.

다음날이 되서 까르를 만났는데 어떻게 안고 젖을 먹이는지, 어떻게 젖을 물리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엉거주춤한 상태로 젖을 물리니 너무 불편하고, 잘못 물려서 유두는 균열되서 피나고 아프고... 

젖은 나올생각을 안하니 까르는 배고프다고 울고불고...

그 당시 수유하는 시간은 고통, 공포 그 자체였다.

 

완전 갓난 아기 까르! 

 

어떻게든 젖이 돌게 하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다 썼다.

유두보호기를 가슴에 붙이고

얇은 튜브 한쪽 끝에는 모유가 들어있는 주사기를 연결하고, 다른 한쪽끝은 유두 위에 붙인 후에

아기가 젖을 빨게 하면서 주사기의 모유를 조금씩 주입하면서 먹이는 것이었다. 

아기는 배고프다고 울고 있는데 준비하는데 시간걸리지,

나 혼자는 절대 못하는 정말 정말 정말 번거로운 일이다. 밤, 낮으로......

 

간호사들은 하루걸러 계속 바뀌니 계속 똑같은 말만 물어보고 우리는 똑같은 대답만 계속했다.

얼마 못가 나는 그냥 패닉 상태가 됐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정신 놓고,,,

우는 애기 그냥 남편한테 떠넘기듯 주고 나도 울고...엉 엉...

 

그런 나를 보면서 '얘 이렇게 놔두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한 남편은 인터넷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젖 물리는 방법, 젖이 돌게 하는 마사지와 초유짜는 것 등을 알아냈고

마침내, 드디어! 5일만에 초유가 나왔다!

 

기쁨도 잠시 까르의 뱃고래는 이미 커져있었고 나의 젖량은 한참 부족했기때문에

젖을 물린 후에는 항상 기부된 모유로 보충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7일 만에 퇴원을 했고 그때부터는 모유수유 전쟁이 시작되었다.

육아전쟁이 아닌... 모유수유 전쟁...

매일 매시간 일지쓰면서 모유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저기 위에 말한) 번거로운 작업을 매번 하면서 젖을 물렸고 유축기로 유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유는 충분히 늘지 않았다.

 

7일 된 까르. 퇴원 하는 날.
초기 모유 유축량

 

그리고 모유수유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유두 균열이었다.

이게 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인데...

아기는 젖을 잘 못물고, 잘못 물리고, 윤활유 역할을 하는 모유가 잘 안나오니 유듀에 상처가 나기 쉽고, 상처나서 아프니까 젖을 잘 못물리고,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젖이 더 안나오고,... 아...지친다 지쳐...

 

두달 정도 그렇게 했을까? 너무 번거롭고 젖도 잘 안늘어서

그 모든 귀찮은 도구들 안쓰기로 하고 그냥 맘편히 혼합 하기로 했다. 젖물린 후에 보충하고.

까르는 기다리는 인내가 적었을까?

젖이 돌기도 전에 안나온다고 울면서 젖을 거부할때가 많았고

억지로 젖이 돌때까지 물려서 겨우겨우 5-10분정도 먹이다가 보충하곤 했다.

 

밤 중 수유

그렇게 5개월까지 혼합수유 하다가 결국 6개월부터 돌까지는 완분.

5개월 동안 남편도 진짜 수고 많았다.

낮에는 엄마가 도와주셨는데 밤에는 남편이 함께 해 주었다. 

내가 젖 물리는 동안 남편은 분유타와서 분유먹이고 아기를 재워 주었으니.

 

5개월 대장정,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미련은 없었다.

진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할만큼 했다는 생각에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토닥토닥 해주었다.

 

다행히 까르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키, 몸무게도 평균이상이었고, 만4개월 이후에는 수면교육도 성공적으로 해주었고

현재까지 (만3살 2개월) 잔병치례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둘째를 갖게 되면 완모 성공할테다!

한번 고생 해봤으니까 똑같은 실수 안하고 쉽게 잘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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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투비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