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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육아

모유수유 대장정 2 - 혼합, 완모

지난 글에 이어

 

 

둘째 꿀비는 우여곡절 끝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내 품에서 젖을 물릴 수 있었다.

 

첫째때 모유수유로 너무 고생을 했으나

다행히 그 경험으로 수유자세와 젖 물리는 것은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둘째는 초기에 젖량 늘리는것에 집중 하기로 했다.

 

첫째때는 병원에 있는 7일 동안 남편과 밤낮을 함께하며 아이를 돌보았는데

꿀비때는 내가 5일동안 혼자 꿀비를 먹이고 재우고, 남편은 집에서 까르를 먹이고 재우고. 

 

태어난지 3일된 꿀비

 

하지만 이번에도 모유수유는 쉽지 않았다.

어김없이 이틀만에 유두가 균열되서 피까지 나게되니 물리는게 고통스러웠고 힘들었다. 

그런데다 꿀비가 저혈당이 있었어서 많이 먹여야 했기 때문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유수유를 한 후에 보충을 해줘야만 했다.

 

저혈당 검사하느라 피뽑기 바쁜 발 뒤꿈치 ㅠㅠ

 

감사히도 5일만에 꿀비는 건강해져서 퇴원하게 되었고 또다시 육아 + 모유수유 전투시작!

 

첫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모유수유하는 것은 공포의 시간이 되었다.

유두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유하는데 번거롭고 지체하게 만드는 것들은 모조리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예를들면 유두보호기, 마사지, 그리고 첫째때 하던 것들 모두다.

그것들을 하느니 그냥 완분을 하겠노라며...

 

젖량이 좀 부족한듯 했지만 7일동안 이를 악물고 모유수유를 하던 중

아는 지인 간호사가 꿀비를 보러 왔는데 황달끼가 있는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이 바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황달이었고

병원에서 2박하며 블루광선을 쐬는 집중케어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황달은 무조건 많이 먹여서 빌리루빈을 배출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꿀비는 병원에 있는동안 3시간만다 많은양의 분유를 먹인 덕분에(...?)

3일째 되는날 건강히 회복되어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꿀비가 병원에 있는 3일 동안 젖을 물리지 못하고 유축만하면서 모유량은 줄어버렸고

결국 자연스럽게, 어쩔 수 없이 혼합수유를 하게 되었다.

 

황달이 있었던 꿀비

 

젖을 물리고 분유를 먹이고 유축을 하고...반복 또 반복..

혼합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었다.

애초에 혼합을 할바에 그냥 분유를 먹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가 않았다.

도와주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하루만, 일주일만, 한달만, 그래 100일까지만 참아보자...

 

너무 힘든 순간들이었다.

어찌됐든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해야 할 일인데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겠는 그런 상황.

우유부단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상황.

 

그러다가 70일이 조금 넘었을 때였나?

어느날 꿀비가 갑자기 추가로 주는 분유를 먹지 않는 것이었다.

완강히 거부하는 것은 아닌데 별 생각이 없어 보이는 표정?

유축을 해보면 모유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모유로만은 부족할 것 같은데...

그냥 받아들어야 하나...아니면 달래서 조금 더 먹여야 하나... ?

당황하게 되었다... 이게 뭐지... 배가 부른 건가? 이래도 괜찮은가..?

 

70일 즈음

 

계속 분유를 먹지 않자 걱정이 되어서 아는 지인 간호사에게 이러한 상황을 말했다. 

그동안 고생하고 있는걸 아는 그녀는 나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하지만 보충을 서서히 줄여온게 아니라 갑자기 안먹는 거라서 마냥 좋아할 수가 없다고 얘기했더니

좀 지켜봐야겠다고 하면서 몸무게를 체크해 주겠다고 했다.

매일 약 몇 키로정도씩 늘어야 하는것을 계산해서 3일에 한번씩 체크하기로 했다.

감사하게도 꿀비는 꾸준히 조금씩 몸무게가 늘었고

마침내 일주일 후 그냥 모유만 먹여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제서야 맘놓고 기뻐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 꿀비가 모유를 선택한 것이었다.

너무 신기했다. 이럴 수도 있구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모유수유하니 외출도 편해졌다.

 

이리하여 나는 꿀비에게 약 2개월이 조금 넘은 이후부터 1년을 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는 꿀비 첫 돌이었다. 그 이후로 아침에만 수유를 하다가 어제 아침에 마지막 수유를 했다.

오늘 아침에는 남편이 꿀비를 방에서 데리고 나왔는데 

특별히 날 찾거나 울거나 투정부리지 않았고 물 잘 마시고 아침밥을 먹었다.

 

그동안 4시간텀으로 수유를 해왔고 진즉에 밤중 수유는 끊은데다

최근 한달 동안 서서히 낮 수유와 저녁 수유를 끊어서 내 몸도 자연스럽게 젖이 줄게 됐고 

나에게도 꿀비에게도 무리없이 단유가 된 것 같다. 

 

지난 토요일에 우리가족 네명이서 조촐하게 꿀비 돌잔치를 했다.

그동안 꿀비가 건강히 잘 자라고 모유수유도 잘 마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꿀비 돌잔치

 

꿀비야 너한테도 너무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