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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육아

손가락 빨던 아이

까르는 '베이비 위스퍼 식' 수면 교육이 아주 잘 된 케이스다.

생후 4개월 이후부터 시작했고 덕분에 꾸준히 낮잠, 밤잠을 다 잘 잤다.

한 가지 습관이 있었다면 엄지 손가락을 빠는 것이었다. 

특히 잠들기 전, 중간에 깼을때, 아침에 잠깰때 주로 빨았고, 돌 전까지는 놀때도 수시로 손가락을 빨곤 했다.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검색해보니 어린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습관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했다. 

다행히 놀 때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빨지 말라고 이야기 하면서 빼주니 금새 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잘때 빠는 습관은 시간이 지나도 고쳐지질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작정하고 버릇을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느낀 것은 까르가 만 2살이 조금 지나서였다.

오른쪽 엄지 손가락 마디가 팅팅 불어있었고 굳은 살이 점점 커졌다.

잠결에 빨아서 그런지 빠는힘이 엄청 난 것 같았다.

잠들어 있는 걸 보고 물고 있는 손가락을 살짝 빼려고 해도 꿈쩍도 안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반복해서 빨다 보니 살이 불고 찢어져 갈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게되었다.

 

첫번째, 말로 시작했다. 손가락이 아프게 될 것이라고. 당근 실패!

 

두번째, 밴드를 붙여 줬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밴드를 떼어 버리진 않았다.

밴드가 멀쩡해서 안 빨고 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엄지 손가락에서 빤 흔적이...

두쪽 다 붙였더니 다른 손가락들을.... 그래서 손가락 마디마다 밴드를 다 붙였는데 이젠 떼어 버리더라... 실패!

 

이러다 어느덧 만3살이 되었다... 언젠가는 고쳐지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계속 있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번째, 시도 했던건 손톱에 쓴 약을 바르는 것이었다. 

이런 약이 있는 건 알았지만 만 3세 이전에 사용하면 아이의 입맛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만 3세가 되면서 시도해 보았다. 

결과는 실패. 쓴 맛이 난다고는 하는데 아랑곳 하지 않고 빨았다.

 

우리의 고민은 점점 깊어져 갔다.

한국에서는 손가락에 끼는 장치(..?) 같은것도 파는것 같은데 그걸 구매해서 써볼까..? 

근데 그걸 열 손가락에 다 껴줘야 하는 건가??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까르 잠옷 팔 양 끝에 양말을 달아보는건 어때?"

"오! 괜찮을 것 같아! 해보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

"어... 장모님이라면 이럴때 어떻게 하셨을까 하고 곰곰히 생각하는데 이 방법이 생각났어. 예전에 어머님이 꿀비 옷으로 강보 만드셨던게 생각나더라..."

 

아... 그 강보?

꿀비가 갓난 아기때 사용할 마땅한 강보가 없었는데 새로 사기에는 얼마 안 쓸 것 같아서 그냥 네모난 아기수건천 같은걸로 싸서 재웠었다.

하지만 싸는것도 너무 번거롭고 잘 헐렁해져서 손발이 금새 빠져나오곤 했었다.

불편했던 엄마는 어느날 개발(..?)하셨다면서 잘 안입히던 꿀비옷으로 만든 강보를 가져오셨다.

옷을 뒤집어서 양쪽 어깨선을 바느질 해서 팔을 막은 다음에 다시 뒤집은 것이다.

(사진 찍어 놓은게 없다;;;; 하지만 만들기 엄청 쉬움. 그냥 저렇게 하는게 다다. 단 옷은 신축성이 좋고 다리까지 있는 원피스 형태가 좋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 했는데 엄청 편하고 효과도 좋았다.

그냥 위에 눕혀서 똑딱이 단추만 잠궈주면 끝!

목 부분이 좁으니까 위로 팔이 나오지 않았고 발은 자유로울 수 있는 구조였다.

뒤집기 전까지 쭉 썼다는 후문이...

 

다시 까르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까르의 잠옷의 팔은 칠부 길이여서 조금 긴 양말을 찾아서 연결했다. 

밖에 나가서 입는 옷도 아니니 나의 형편없는 바느질 실력은 상관없었다.

입힐때 편해야 되니 잠옷을 양말 속에 넣어서 꼬맨거 말고는 별 기술도 필요없었다.

 

 

결과는 두둥, 대 성공!

만 3세 아이, 안 입겠다면 전쟁이었을텐데, 까르는 그 잠옷을 (다행히) 마음에 들어했고 입은 그날부터 바로 손가락을 빨지 않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들때 조금 뒤척이는 것 같았지만 이내 잠이 잘 들었다. 

 

3개월 쯤 지났을때 양말 안 달린 잠옷을 입히고 재웠는데 다행히 손가락을 다시 빨지 않았다!

잘때 손가락 빠는 습관을 고친 것이다아!

남편!!! 진짜 굿 아이디어!! 인생아이디어! 이거 특허 내야 되는거 아냐??

까르의 엄지손가락은 다시 예쁘게 돌아왔다.

 

까르가 손가락을 빨지 않게 된 후 한가지 부작용(...?)이 있다.

예전에는 잠이 잘 오질 않거나, 자다 깨거나, 아침일찍 깼을때 손가락을 빨며 스스로 잠이 들었다면

지금은 어김없이 아빠를 부른다.

"아빠가 있어줘~ 아빠가 있어줘~ (올때까지)"

 

여보... 까르 손가락 빠는 버릇 없어진 감격의 순간을 생각하며 즐겁게 가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