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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육아

'베이비 위스퍼'식 육아

한국 가면 육아책 한권 정도는 사와야지 했는데 

마침 형님에게로 부터 '베이비 위스퍼'라는 육아책을 물려 받았다.

육아의 교과서라고도 불린다는데 당연히 남편과 나는 처음 들어봤다.  

꽤 두꺼운 (약 500페이지) 육아책을 받고 괜히 마음이 든든해 졌다.



이 책을 읽을 당시 까르는 4개월이 되었고, 

4시간 간격으로 수유하는것 말고는 규칙적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찡찡 거리면 졸린건지, 배고픈 건지, 아픈건지 헷갈려 하며 

흔들어 달래다가 자면 재우는 생활이 반복됐었다. 


까르는 4개월에 9kg을 이미 찍어서 엄청 무거웠다. 

상위 5프로의 우량아여서 안고 흔들며 재우는 건 거의 고문 수준이었다;;;; 

잠들어서 눕히면 깨어 버리고, 낮잠은 30분도 채 안자고 일어날때가 많았고, 

저녁에도 수시로 깼다. 


고생좀 줄여보겠다고 인터넷으로 아기 재우는 법도 알아보고, 

100일의 기적, 곧 통잠을 잘거라는 이런 저런 정보들을 읽으면서 

까르는 당췌 언제 통잠을 잘까..?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다. 

저절로 되는줄 알고.


당시 우리는 4개월동안 쌓인 육아로 인해 엄청 지쳐있었다. 

뭐든 해야했다. 


그때 '베이비 위스퍼 (골드)'를 읽게 되었다. 

책이 두꺼워서 일단 까르에게 해당되는 것만 읽어야지 하면서 골라 읽었는데 

마치 우리 얘기를 옮겨 놓은 것 같았다. 

특히 수면문제. 


사실 나는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다. (창피하지만..ㅠㅠ) 

인생 살면서 완독한 책이 몇권 없다. 

특히 두꺼운 책은 더더욱. 

이 육아책은 500페이지가 되는 두꺼운 책인데 

일주일도 안되서 완독했다. 어메이징! 

아마도 우리가족에게 너무나 필요한 책을 

너무 시기적절하게 접하게 됐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4~6개월 아기 텀의 조언과 딱 맞는 시기였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하루일과'이다. 

아기에게는 정해진 하루 일과가 필요하다는 것. 

이 책에서 정의 내린 것은 'E(Eat).A(Act).S(Sleep).Y(Your time). E.A.S.Y' 패턴이다. 

4시간 간격(4-6개월 아기)으로 먹고, 활동하고, 자고, 부모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첫날과 둘째날은 아기도, 우리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3일째부터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까르를 눕혀서 재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울면서 쉽게 잠들지 못했지만 곧 잠이 들었다. 

그러면서 깊고, 길게 잠을 자기 시작했다. 

까르는 진작부터 이 일과를 원했던 것 처럼.

진짜 기적 같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현재 까르는 6개월이 되었다. 

E.A.S.Y 하루일과가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알람시계같이 일어나서 먹고, 2시간정도 놀다가 2시간정도 자고 일어난다.


까르를 재우는데는 어떠한 힘도 들지 않는다. 

침대에 눕혀 놓으면 꿈틈대면서, 잠깐 찡찡대다가, 

가끔 잠깐 울기도 하다가 곧 잠이든다. 

간혹 외출이 길어져서 과도한 자극이 되었을때는 

잠드는 시간이 좀 걸리거나 자다가 깨서 울기도 하지만 

부모가 힘든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옆에서 응원하는 눈빛만 보내는 것 말고는. 


(호텔에서 소파침대에 눕히자 마자 잠이 든 까르. 장소 불문, 조용하면 잘잔다.)


육체적으로도 많이 편해졌지만 정신적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생활패턴을 알게 되니, 까르가 왜 찡찡 거리는지 알게되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까르가 울거나 짜증내는 것에 전혀 긴장되거나 불안하지 않게 됐다. 

아기 앞에서 당황하거나 허둥대지 않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고, 

아기에게 필요한 것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 많은 성장기를 겪게 될 것이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접하게 되겠지만 

적어도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다시 안정기로 접어드는 시간이 

길게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두달 동안 E.A.S.Y를 해본 결과 주의 해야 할 몇가지는,


1. '베이비 위스퍼'식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간략화된 방법으로 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책을 완독한다. 책에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고 일과를 실천하고 완성하기 위한 자세한 방법들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읽고 하게 되면 노력없이 결실만 기대하다가 실망해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E.A.S.Y일과를 나의 친구에게 제안했는데 잘 못하고 있다. 처음에 하다가 이런저런 상황들에 굴복(..?)하게 된 것이다. 이 포스팅에서 실천한 상황들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책에 있는 자세한 내용들이 필요하다.


2. 의심하지 말자. 변화를 보는 것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하다보면 처음에 조금 고생하고 길게 편하다. 육아, 이렇게 편해도 되냐며...


3. 중간에 퍼버법을 실행할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아기가 스스로 잤으면 좋겠는데 계속 나를 의지해서 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옆에서 토닥이며 쉬쉬하고 있거나, 내가 나가면 운다던가.. 등등.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달 정도 지나면 진짜 스스로 잔다. 쉬쉬 다독이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침대에 눕히면 자는 건줄 안다. 그냥 꾸준히 하자.


4. 부부가 같이 해야 한다. 둘다 책을 읽거나 아니면 한명이 확실하게 알아서 설득 후 합의를 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부부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재우거나 일과를 따르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5.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 않는다. 물론 상황이 힘들고 다르겠지만 핑계대다가 못하면 본인만 힘들다. 핑계대면서 계속 힘들던가 핑계거리를 최대한 피하면서 성공하던가 자신의 몫이다. 한, 두달 정도는 외출과 이벤트는 최소한으로 하는게 좋다.


이 책을 읽고 효과를 본 후에 친구들에게 이 책을 적극 소개하고 있다. 하고 안하고는 본인들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지만 우리는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이 책에 고마움을 느낀다. 가끔은 까르가 통잠을 잘 때가 되서, 혹은 이런 생활 패턴을 갖게 될 시기가 되서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아닌 것 같다. 9개월, 돌, 13개월, 심지어 2돌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의 친구들은 아직도 아기를 안고 재우고, 새벽에 일어나서 수유를 하고, 저녁에 늦게 잠자리에 들어가는 힘든 상황에 괴로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간이 되면 저절로 되겠지라는 말은 육아에서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발달상황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교육해야 하는것도 많은게 사실


여튼 우리는 E.A.S.Y 하루 일과가 좋다. 우리도, 까르도 행복하니깐. 아기에게는 잘자고 잘먹고 잘노는게 젤루 좋은 거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