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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일상생활

핀란드에서 집 구매하기 2 – 집 알아보기

지난 8월 아내의 둘째 임신을 알게 된 후 난 적극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태어날 아이와 첫째 모두 남자 아이였기 때문에 우리가 고려한 집은 어린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충분한 넓이의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핀란드에서 마당이 있는 집은 여러 형태가 있다. 여러 집들이 붙어있는 Rowhouse, 두 집이 붙어있는 Semi-detached house, 그리고 단독주택 detached house 이다. 다른 두형태의 집들도 마당이 있기는 하지만 그 특성상 대부분 마당이 좁은 편이였는데 요엔수 시내 근처에 있는 단독주택들은 그래도 대부분 200평 이상의 대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단독주택을 위주로 집을 알아보았다. 단독주택을 선호했던 또 다른 이유는 Rowhouse 와 Semi-detached house 들은 대부분 (혹은 모두) 그 집들을 관리해주는 회사가 있어서 한국의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관리비를 내야하는데 집의 크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매월 300유로 이상의 관리비를 내야했기 때문에 그 비용이 좀 부담스러웠다. 물론 개인주택은 개인이 모든 문제들을 관리해야하는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잼있을 것 같다 (돈도 절약하고).


핀란드에서 집을 알아보는 것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부동산 매물이 있는 웹사이트에서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알아보며 대충의 가격을 생각한다. 부동산 웹사이트는 여러 개가 있지만 내가 경험해본 바로는 www.etuovi.com 에 가장 많은 매물이 올라와있는 것 같다. 이 사이트에서 원하는 지역, 가격, 년식 등을 필터링하여 검색하면 원하는 매물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지도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그 매물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 쉽게 알수 있다. 

이렇게 집을 알아보고 대충의 가격을 머리로 생각한 후 해당 부동산에 연락하여 그 집에 방문할 날짜를 잡는다.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인들이 영어를 할 줄 알지만 가끔 영어로 문의를 하면 연락이 안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경우 그냥 나와 인연이 없나보다 하고 패스. 집을 방문하면 보통 집주인들은 집에 없었고 부동산 중개인과만 동행했다. 이유는 구매자가 좀더 집을 편하게 보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집은 가능하면 많이, 직접 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우리의 경우 한번도 한국에서 단독주택에 살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집을 볼 때 어떤 집이 우리와 맞는지 전혀 감이 없었다. 하지만 한집 두집 보면서 점점 우리가 어떤 집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원하는 조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음은 최종적인(?) 우리집의 조건들이었다. 

<구조관련> 
1. 마당이 아담할 것 - 우리는 마당을 가꾸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기에 너무 넓은 건 사절, 그러나 어린 아이들과 뛰어놀 만큼 넓고 반듯할 것 
2. 3개 혹은 4개의 방 - 두 아이 및 손님을 위해 
3. 두 개의 화장실 (그 중 하나는 사우나 샤워룸 내에 위치할 것) - 종종 오래된 집은 방이 많아도 화장실이 한개인 집들이 있음 
4. 탁 트인 거실과 부엌 - 핀란드에는 내부구조가 미로같이 생긴집이 많은데 우리는 아이들이 한 눈에 보이는 열린구조를 선호 
5. 뒷 마당 (가능하면 북/서향) - 핀란드집들은 대부분 넓은 뒷마당을 가지고 있는데 가끔 집의 향 때문에 앞마당이 넓은 집들이 있다. 그 중 우리는 프라이빗한 뒷 마당을 선호. 또한 집을 보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핀란드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북향 혹은 서향을 선호하는데 이유는 저녁에 퇴근 후 마당에서 지는 해를 즐길 수 있기 때문 

<건축관련> 
1. 나무로 지은 집 - 아내의 로망(?) 
2. 지어진 지 10년 어간의 집 - 즉 너무 오래되지도 않고 너무 최근에 지어지지도 않은 집. 오래된 집들은 관리할 자신이 없고 근래 지어진 집들은 시내와 조금 멀기도 하거니와 아직 주변이 잘 가꾸어지지 않아서 훵한 느낌이 있다. 

<위치관련> 
1. 시내에서 5km 이내 및 집 근처에 대중교통이 있을 것 - 아내가 아직 운전을 못함 
2. 가까운 곳에 유치원 및 학교 - 당장은 아니지만 1년 정도 후에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예정이기에 1km 내외에 유치원이 위치한 곳 

이에 더하여 기본적으로 우리의 예산 내에서, 당장 수리할 것이 없고, 과거 사고이력이 없고, 범죄율이 낮고, 적당한 관리비가 나가는 곳 등등... 

이렇게 점점 우리에게 맞는 집에 대한 기준을 세우다 보니 결국 우리가 요엔수에서 사고 싶은 집은 당시 매물에 올라 온 집들 중 단 한 집! 좋은 건지 나쁜건지...

어쨌든 우리는 그 집을 사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들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