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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석사생활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쓴 나의 석사 논문


드디어 석사 논문 첫번째 드래프트를 제출했다.

3년 반만의 쾌거라고나 할까? 하하하하하

논문을 다 쓰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2015년 9월에 입학해서 1년동안 열심히 수업듣고

2016년 5월에 'European Language Portfolio(ELP)' 관련된 논문플랜을 제출했다.

플랜 제출하자 마자 5월에 까르를 임신했고

임신 중 틈틈히 논문을 쓰다가

2017년 1월에 출산 후 육아하느라 논문을 손에서 놓았다.


육아 6개월후 2017년 여름에 다시 논문을 쓰기 시작했는데

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우선, 내 연구 주제인 ELP 프로젝트가 15년 이상이나 되다보니

그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많은 교사들이 이미 은퇴를 해서 컨택할 수 없었고

현재 교직에 있는 교사들에게 메일을 보내보았으나 아무도 답장을 주지 않았다.

나의 교수도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리더중에 한명이였는데

은퇴한 교사 한명 추천해 준다고 해놓고선 연락이 없고 

나의 이메일에 답장도 해 주지 않았다;;;;;; (교수에게 실망실망 대실망)

결국 인터뷰 할 교사들을 찾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연구하다 보니 프로젝트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아 보였다.

(적어도 핀란드에서는)

그 교수법을 사용하는 곳을 참관하고 싶어서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뒤져도 찾을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학교에서의 교수법 같은 것에는 더이상 흥미가 없어졌다.

그당시 나의 관심사는 오직 육아와 아이의 언어 교육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의 첫번째 논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동안 임신하고 육아하면서 금쪽같던 시간을 들여서 연구하고 썼던 약 30페이지를..

ㅠㅠ 아깝다..


이때 진지하게 그냥 석사를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다.

첫번째 논문주제를 다루면서 너무 지쳐서 

논문은 내 인생의 업적이 되기에는 너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열심히 들었던 수업들이 너무 아깝기도 했고 

포기하려는 내 자신이 너무 루저로 느껴져서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몇 개월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어찌됐든, 다른 논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야 했다.

그 당시 나의 관심사는 집에서 하는 아이의 언어교육이였다.

처음에는 영어 교육에 관심을 두었다가

이 논문 저 논문 읽어보니

해외에서 거주 하거나 이민한 가족의 자녀에게 

제 2외국어 만큼이나 모국어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되었다.

모국어 습득과 관련된 주제로 가닥을 잡고

2018년 5월에 'Heritage Language'에 관련된 논문 플랜을 다시 제출했다.


전 주제인 ELP관련해서는 몇번의 나의 이메일을 무시하던(..?) 교수가

새로운 논문플랜을 제출하겠다고 하니 바로 답장이 왔고;;;

나의 주제를 듣더니 아주 흥미있는 주제라며 미미한 수정후에 바로 승락을 해 주었다.

전 주제로는 정말 나를 도와줄 수 없었던 상황이었나 보다;;;


6월에 핀란드에 사는 외국인 친구들과 그들의 지인들을 통해 

설문조사를 해서 데이타를 수집했고

7월에 남편이 한달동안 휴가를 내서 집에서 까르를 봐주는 동안

나는 학교에 가서 데이타를 분석한 후 Methodology와 Result부분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나의 관심사여서 관련된 다른 논문을 참고할때 재미가 있었고

이미 많은 연구들이 진행된 주제였기 때문에 참고해서 쓰니 진도가 잘 나갔다.


그러던 중 7월 말에 둘째 임신을 하게 되었고

10월 까지 계속되던 심한 입덧 때문에 잠시 멈추었다가

11월에야 다시 시작할 수 었었다.


남편에게는 아직 까르때 사용하지 않은 육아 휴직이 약 2개월 정도가 있어서

11월 12월에 쓰려고 하던 와중에

11월에 학교에서 꼭 해야 할 일로 인해서 남편은 육아 휴직을 못쓰게 되었다.

하지만 보스와 잘 이야기가 되서 재택 근무를 하게 되었고

나는 또 11월에 열심히 학교를 나가며 드디어 논문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12월 초에 교수에게 첫번째 드래프트를 제출! 두둥!!

(아.. 벅차다!)


지금은 교수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마스 휴가 전에 피드백을 주길 바라는 맘이지만

남편은 그냥 잊고 지내라고 얘기한다.ㅎㅎ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던 과정이었다.

돌아보면 이 논문은 내가 혼자 였다면 절대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까르가 나에게 좋은 주제를 던져 주었고,

남편은 시종일관 나에게 논문쓰는 사소한 방법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중요한 조언들과, 

내가 학교가서 전념해서 쓸수 있도록 육아를 담당 해 주었으며

꿀비(둘째 태명)는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빨리 끝내라는 신호를 마구마구 보내주었다.


첫번째 논문주제로는 3년이 되도록 시작밖에 못했다면,

두번째 논문주제는 거의 3개월 만에 (입덧2달 반 빼고) 완성이 된 것이다.

우리 4명이 함께 함으로!!!

나름 여유로운 연말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Thank God!


올 말에 논문 피드백 받아서 수정하고 publish 하고, 

남은 8학점을 내년 1,2월에 따고

내년 4월에 출산하고 5월에 졸업하자!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