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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석사생활

핀란드 교육대학 수업참여 - 중등과학 (1) - 과학의 본성 (NOS)


교수학 과목의 일환으로 UEF 교육대학교의 중등과학 수업시간에 두 번 참여하였다.

'참관'인지 알고 갔었는데 교수님의 배려(?)로 '참여'가 되어버렸다.


첫 수업은 과학의 본성 (Nature of Science)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 과 전공생 3명은 수업 시작 15분 전 미리 교수를 만났고

교수는 수업의 주제와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하면서

우리가 수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영어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리고선 아직 학생들이 오지 않았을 때 우리를 교실에 듬성듬성 않게 해서

다른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게 배려(?)하셨다.


수업은 우리를 포함해 약 16명의 학생이 참여하였고

활동 위주의 수업이었다.


과학의 본성과 관련된 전공서적에서 몇가지 개념들을 뽑아

말들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고

조금 비틀기도 해서 

위와 같은 카드 40여장를 만드셨다.


예를 들어

"과학은 변화 가능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론에 근거하여 결과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실험을 진행한다."

"과학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과학은 남성이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쪽 성별에 치우쳐서 발전되어 왔다." 등등



첫 번째 활동은 '카드 교환' 이었다.

교수님은 각 학생들에게 5장씩의 카드 묶음을 나눠주셨다.

학생들은 5개의 카드 중 자신이 생각했을 때

'과학의 본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카드는 잘 가지고 있고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카드들을 다른 사람과 교환해야 한다.


카드는 영어와 핀어 두개 언어로 모두 써있어서

영어나 서툰 학생들도 문제없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과학의 본성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카드를 교환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 비튼 말들이 많아서 그 틈새를 타고 모두 두,세번씩

다른 학생들과 카드를 바꿀 수 있었다.


두 번째 활동은 '그룹만들기' 이다.

서로 카드를 교환하며 대충 누가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있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할 때 가장' 과학의 본성'과 관련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과

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 활동은 '카드 순위 정하기' 이다.

4명씩 모여 만들어진 그룹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비교하며

각 그룹이 가지고 있는 20장의 카드 중

'과학의 본성'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카드 10장을 모은다.

물론 여기에도 '각자의 카드가 적어도 2-3장 씩 포함되야 한다' 등

모두의 카드가 들어가야 하는 룰이 있다.


그렇게 10장이 모여지면 각 조는

"과학의 본성"의 개념과 가장 일치한다고 여겨지는 카드부터 

순위를 정한다.


네 번째 활동은 '발표 및 다른 그룹과 카드 순위 비교' 이다.



각 조는 매겨진 카드의 순위를 교수에게 알려준다.

그러면 위의 사진 처럼 투명하게 비취는 카드를 OHP를 이용해 

순서대로 정렬하여 화면에 쏜다.


이 화면을 보면서 다른 조들은

자기 조의 카드 순위와 비교하면서 

발표 조가 왜 그렇게 순위를 정했는지

왜 그 카드들이 선택됐는지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면 해당하는 조는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토론이 진행되면서 2시간 여의 수업이 마쳐졌다.



사실, 수업 전 교수와의 만남에서 

이번 수업의 주제를 알고난 후

난 곧바로 국내 검색사이트에 접속하여

"과학의 본성"에 대해서 검색하고

그 특성에 대해서 대충 외웠다.


예를 들면,

"변화가능성", "반복된 관찰", "이론 의존" 등등


예전에 논문을 읽으면서 몇번 본적이 있었는데

정확히 그 개념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미리 조금 외워두면 수업에서 좀 더 아는척(?)을 할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이 교수의 수업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과학의 본성'을 이론적으로, 지식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내용과 수업방식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과학의 본성"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과학의 본성"에 충실한 수업이었다.



아직 이곳에서도 '과학의 본성'이라는 말이 낯선 언어라고 한다.

나 역시 과학교육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접하게 된 개념이었

과학교육 학계에서 역시 '과학의 본성'에 대해서 명확히 정의된 바는 없다.


그런 개념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몇해전부터 이런 수업을 해왔다는

Kari 교수님,


그 수업을 받은 몇몇의 핀란드 학생들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과 유사한 수업을 진행하겠지


과학은 사람이 만든 학문이다.

그러니 과학의 개념들은 도전받아 마땅하다.

이런 '과학의 본성'에 대해 학생들이 깨닫게 된다면

좀 더 친근하고 자신있게 과학을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과학의 본성과 관련된 수업이 

한국의 과학교사가 될 선생님들에게도 진행되면 좋겠다.

(물론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극히 소수일 것이다.)


왜냐면 우리 학생들은 아직 과학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무조건 외워야하

절대적인 학문으로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학의 본성"에 관한 교육을 통해서

과학에 대해서 좀 더 도전적이고, 

더불어 흥미를 갖게되는 

교사와 학생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