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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석사생활

석사 과정 절반을 마치며 (2)

지난 1탄을 방학 시작하면서 썼는데

이리저리 미루다가 방학 끝날무렵에 2탄을 쓰게 되다니...

아..나의 게으름...


지난 번에는 석사과정과, 수강했던 수업에 대해서 썼다면

이번에는 수업을 받으면서 전반적인 나의 느낌을 쓰려고 한다.


참고로 나는 한국에서는 학사만 마쳤고

이곳에서 석사를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석사와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조금 힘들것 같다.



1. 논문

핀란드의 석사의 가장 메인은 '논문'이다.

꽤 많은 수업들이 논문 쓰기에 관련된 것들이다. 

솔직히 별 생각 없이 시작했던 석사과정이었는데

담당 교수가 입학한 첫달부터,

논문 뭐 쓸거니? 네...? 논문이 뭔가요...? 

또 만나면, 결정했니? 아직.... 모르겠어요...


지난 일년동안 이와 관련 'Seminar for planning'이라는 수업을

8번 정도 진행했는데 첫학기 4번은 그 교수를 만나기도 싫었다..;;;;

첫 학기에는 친구들과 만나서

너는 뭐 쓸꺼야? 너는? 서로 이런 걱정들을하다가

두번째 학기에 다행히 이러한 압박(..?)들로 인해

우리 모두는 무엇에 대해 논문을 쓸지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힘든 순간들이었다... 휴....


한국 친구들은 보통 박사과정을 가지 않는 이상 

논문 쓰는 친구들을 거의 본적이 없던 것 같다.

수료로 만족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여튼 핀란드의 석사는 학점,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 모토는 자신의 분야를 연구하고 논문을 써보는 것.

하지만 논문 쓰는게 쉽지는 않나보다.

우리과가 international로 생긴지 3년됐는데

현재 우리과에서 나온 석사 논문은 딱 2편.

우리 전년도 학년들은 4명인데 2년후인 현재 노바디 제출.


우리 세명은 우린 할 수 있어! 이러고 있다... 하하...



2. 수업

이곳은 크게 ,

강의로, Web상으로 , 책 읽고 시험보는 수업들로 이루어져있다.


석사 전공 강의 들은 대부분 소규모이다. 보통 10명 내외.

교수가 진행을 하지만 토론위주이다.

모든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아는 지식들을 나누고 질문하고

그 질문을 학생, 교수 아무나 대답할 수 있다.

인원수가 적어서 별로 어렵지 않게 토론식 수업에 참여하는데

오히려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 별 관심없는 사람처럼 보이게 될 정도.

보통 2시간 수업인데 집중하게 되고, 지루하지 않게 시간이 지나간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수업시간에 했던, 들었던 이야기들이 오래 남는걸 경험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 영어권 국가에서 왔기 때문에 

문법이나 발음에 특별히 신경쓰지 않게 된다. 

오히려 원어민 학생들이 비영어권 사람들 생각안하고 엄청난 속도로, 엄청난 양을 이야기 할때

교수부터 다른 학생들까지 오히려 집중을 잘 못하게 되고 관심 놓게 되는 신기한 경험? ㅎ



3. 레포트

한국에서 학사과정할때 정말 창피한 이야기지만 

레포트 제출할때 한번도 '카피&페이스트' 안한 적이 없었다;;;;;;

써야할 페이지도 너무 많았기에 교수들이 읽지 않을 거라는 확신(..?)과

특별한 피드백도 없었고, 그렇게 제출한 레포트들이 한번도 거부당한 적도,

그로 인해 성적을 못받아 본적도 없었기에 

그렇게 레포트 제출하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도 느껴본적 없었고,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곳에서 석사 과정에는 과제가 정말 많았다.

특히 웹과정은 한 과목당 4~5개의 레포트 제출은 기본이고

책 읽고 요약, 느낀점, 그룹과제, 참관일지, 작은규모의 연구,,,등등.

한 학기에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너무 많아서 무섭기 까지 했다. 

작은 포스트잇에 과제를 하나씩 적어서 A4사이즈에 붙여놨는데

빽빽하게 차는 걸 보고, 남편에게 내가 이걸 다 할 수 있겠지....? 

제출일 지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석사 과정을 시작할때 오리엔테이션에서, 보통 수업에서, 논문관련 수업들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ethic'에 관한 것이었다. 

다양한 표절의 예, paraphrasing 하는 방법, 인용 붙이는 방법, 

표절 체크하는 사이트 등등, 너무 듣다 보니 정말 하면 안될 것 같은 압박.

표절하면 감옥...가나요...? 


레포트를 작성하다 보면 특별하게 어디서 베낄 일은 별로 없었다.


레포트 길이가 길지 않다. 

Minimum으로 분량을 정해 주는데 2~3페이지 정도다.

길게 써도 된다. 하지만 난 절대 그럴 생각이 없지... 

영어도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읽는 교수들을 위해서...하하..


영어로 제출 하기 때문에 표절 검사를 하기가 쉽다.

표절 체크하는 사이트도 있을 정도. 구글이 한몫한다.

학생들이 보통 과제를 웹상에 올린다. 교수를 비롯해서 모든 학생들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제 밑에 교수의 피드백이 달리는데

한번은 'Qualitative Research Methods'라는 수업의 과제가 

소규모 연구 제출이었는데 교수가 어떤 학생의 피드백에

'너 카피했구나, 너가 카피한거 인터넷으로 엄청 쉽게 확인되거든? 점수 못줘.'

후덜덜....


패러프레이징을 했거나 카피했을 경우에는 인용을 달면 된다.

가끔 개념을 요약하거나 설명해야 하는 과제가 있을 경우에는

책이나 인터넷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경우에는 참고를 달면 된다.

어디에 있는 내용을 패러프레이징 했고, 카피한 경우에는 따옴표를 치고 주소를 달면 된다.

어렵지 않아요~


지난 일년동안 그 많은 레포트를 작성하면서 

양심에 손을 얹고 한번도 (인용없이)카피하거나 표절한 적이 없다! 

인간 승리다. 핀란드의 석사과정의 엄격한 ethic 교육이

학생들을 양심있게 만들었다고 하면 너무 과한가......?ㅎㅎ




이밖에도 많은 느낀점들이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3탄은 내년에 ㅋㅋㅋ

올 한해 논문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