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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일상생활

그렇게 점점 "우리 집"이 되어간다

핀란드에서의 삶은 내가 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혹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가끔 핀란드와 한국에서의 삶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보면 "한국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 그래서 너무 힘들어"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는 건 다른 말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이 주는 의미와 가치는 한국에서 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처음 핀란드에 왔을 때 "왜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집을 예쁘게 꾸밀까" 하고 궁금해하곤 했었는데 살다보니 그 이유를 점점 알게 되는 것 같다.

 

요즘은 특히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집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데 그 고민의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이 집을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올 해 처음 시작한 것이 목공이다. 목조주택에 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집을 우리가 원하는데로 바꾸는데 역시 가장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목공을 연습 해보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아이들의 피크닉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었다. 한번도 목공을 해본적은 없었지만 몇몇 유투브 영상 및 튜토리얼을 보니 목공 초보도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본적인 기계와 필요한 목재를 사서 피크닉 데이블을 만들어 보았다.

 

생전 처음 사본 전기톱과 작업대, 그리고 완성된 테이블을 살펴보는 첫째 까르

 

 

다행히 작은 테이블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결과물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무엇보다 아내가 만족했다 ㅎ). 그렇게 목공에 대해 간단히 맛을 본 후 두번째 프로젝트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데크(테라스)를 넓히는 것을 시도 해보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작업 역시 유투브를 기본으로 하여 데크만드는 방법을 연구하였고 친구 및 이웃에게 몇가지 아이디어를 얻어가며 작업을 진행하였다.

 

 

작업현장(?)을 어슬렁 거리는 첫째와 작업을 돕는 아내, 그리고 핀란드의 백야

 

 

 

점점 완성되어가는 데크 

 

데크작업은 꽤 어려웠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특히 낮에는 아이들이 작업현장(?)을 어슬령 거려서 일을 잘 진행 할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핀란드는 6월에 해가 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와 나는 밤에도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걸려 완성된 데크는 우리맘에 쏙 들었고 무엇보다 튼튼해서 좋았다.

 

그리고 더불어 이 집이 점점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게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화려한 기성복에 내 몸을 맞추는 느낌이라면 주택에 사는 것은 수수한 맞춤복을 입는 편안한 느낌이랄까. 데크가 거의 완성되어 갈 즈음 우린 또 다른 프로젝트를 생각해냈다. 이번엔 좀 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꿈꾸고 계획하고 실행하다보면 몇년 후 이 집은 정말 우리스러운, 우리같은 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설렌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