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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연구원생활

핀란드 대학 근무 환경

지난 해 UEF에서 (교육학) 박사 졸업한 후 동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다른 대학에도 갈 기회가 있었지만 계약조건 및 가족상황을 고려하여 같은 대학에 남아있기로 했다. 이제 박사를 졸업하고 약 5개월,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박사과정 때와 크게 다른 것은 없다. 다만 지난학기 부터 수업을 시작했는데 이번학기에는 수업시수가 조금 더 많아져서 3개의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한국처럼 한 학기 내내 수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 수업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준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보다 내 시간을 더 잡아먹고 있는 것은 13명의 석사논문 지도... 다행히 수업과 학생지도 모두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듯 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내가 겪은 핀란드 대학에서의 연구원 생활은 다음의 4 단어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독립적, 시간적 여유, 외로움, 피드백(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독립적: 내가 하는 연구에 크게 관여하는 사람이 없다.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한다고 하면 믿어주는 분위기.

시간적 여유 및 유연성: 아무도 나의 출퇴근 시간에 관심이 없다. 물론 다른 연구원들 역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있다.

외로움: 이건 외국인이기 때문일수도, 혹은 독립적인 문화때문일 수도 있으나 내가 굳이 약속을 잡지 않으면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다.

피드백(혹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이것 역시 독립적인 문화때문일 수도, 혹은 내 스타일 일수도 있는데 대부분의 연구가 혼자서 진행되고 결과가 나오면 그때야 조금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물론 이것은 내 짧은 경험이기도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외국인들이 핀란드대학 연구원 생활에 관하여 남긴 커멘트와 어느정도 유사한 면이 있다. 일하는 분야가 자연계라서 어느 랩실에 속해 꾸준히 팀원들을 만나고 함께 실험을 진행하는 곳이라면 조금 상황이 다를 수 있으나 나처럼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요즘 더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더 잦은 만남을 갖으려고 하고 있으나 그러면 또 내 본연의 연구 및 티칭을 할 시간이 영향을 받게되고...그러면 내가 원하는 시간적 여유로움이 사라지게 되고...여러모로 저 4가지 변인들은 높은 상관성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연구원 생활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에 참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가끔 정오에 아들과 산책을 나가거나 이른 오후에 퇴근해서 아내와 장을 보면서 중얼거린다...이거...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