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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박사생활

박사논문 출간 및 공개심사 준비

어제! 드디어 정식으로 출간된 학위논문을 받게 되었다. 미팅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우고 나갔다왔는데 와보니 내 책상에 논문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논문의 초안을 작성한 건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하기 전이었는데 디펜스 날짜가 계속 미뤄지는 바람에 최종 본의 출판도 생각보다 늦어졌다. 핀란드에서 박사논문은 일반적으로 박사 디펜스를 하기 2주 전에 출판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제 박사기간 중 남은 건 2주 후의 공개심사 (Public Defence) 뿐! 핀란드에서는 박사학위 마지막 논문 심사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는데 그 이유중 하나는 이곳의 박사교육 역시 국민이 낸 세금으로 무상제공되기 때문에 핀란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박사심사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홈페이지에도 언제 누가 어디서 어떤 내용으로 박사심사를 하는지 공개해야 한다. 물론 공개심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당 박사생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고 일반 사람들이 박사논문에 관심을 갖는 건 이곳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하지만 핀란드의 교육이 공적인 자산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좋은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박사생은 공개심사를 준비할 때 실제 그 심사외에도 몇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공개심사는 대부분 정오 12시에 진행되는데 대략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 심사가 마쳐지면 심사를 받은 박사생이 심사에 참여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차와 케익을 대접하는데 심사 2주 전쯤 이 케이터링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고 비용은 대략 50만원 정도가 든다. 또 이날 저녁에는 자신의 논문에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는데 핀란드어로는 까론까 (karonkka), 영어로는 대충 post-doctoral party라고 부른다. 핀란드에서는 전통적으로 이 행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단한 형식을 갖춰서 진행한다. 그래서 파티 초대장에도 드레스 코드를 명시하는데 대부분 블랙&화이트라고 되어있다. 이 행사에는 논문의 직접적인 기여자 외에도 박사기간 동안에 도움을 준 가족과 친구들도 초대된다. 그러면 적어도 50명 이상되는데 이 비용이 또 만만치 않다. 대략 장소비까지 계산하면 인당 10만원 정도 예상해야 한다. 하지만 워낙 중요한 행사다 보니 사람들이 돈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나 같은 외국인 학생은 자신이 속한 랩이나 리서치 팀만을 초대하거나 혹은 최소한으로 자신의 supervisor들과 opponent만 초대하여 저녁을 대접하기도 한다. 지난 주 나는 이 두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식당과 음식, 또 케이터링 서비스를 알아보고 예약하느라 좀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심사는 약 열흘 정도 남았다. 사실 이 심사는 이미 논문이 출판된 후에 진행되는 형식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크게 긴장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참여한는 공개적인 행사이기에 남은 한주간 정성을 다해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