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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일상생활

핀란드 장례식

지난 12월 12일 한 교인 가족의 장례식에 참여하였다.

일반적으로는 장례식이든 결혼식이든 초대되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데 이번 장례식은 Open Invitation이어서 별 관계가 없는 우리도 참석할 수 있었다.

돌아가신 분은 오래전 교회에 출석하시던 분이었는데 10년 전에 stroke가 온 이후에는 계속해서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계시던 분이라 우리는 일면식도 없었다. 다만 그분의 자녀들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어서 오며가며 인사를 나누긴 했다.

고인의 아내 역시 오래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어서 장례식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장례는 고인이 돌아가신지 약 2주 후에 장지에 있는 교회에서 진행되었다. 짧은 예식이 진행되었고 말씀과 헌화가 있었다. 하지만 돌아가신지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서인지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몇몇 손녀들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정도?



말씀 후 교회 밖에 세워져있던 수레에 관이 실리고 무덤으로 다 함께 향해 걸어갔다. 우리나라 묘지는 대부분이 산이라 저런 수레를 사용하지 못하고 사람이 직접 운구를 하는데 비해 대부분의 땅이 평평한 이곳에서는 저렇게 편하게 수레로 관을 옮길 수 있다. 



참석한 사람 모두에게 초를 나누어주었는데 덕분에 추위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무덤은 그리 멀리 않았다. 무덤에 도착하면 수레에 실려있던 관을 묻고 한 사람씩 흙을 뿌린다. 그리고 함께 노래하고 기도하고 헌화를 한다.



가지고 왔던 초는 꽃과 함께 무덤위에 올려진다. 초를 겨울에만 사용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초 덕분에 밖에서 진행되는 장례에도 추위를 녹일 수 있었고 저렇게 무덤위에 초를 올려 놓으니 더 따뜻한 마음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관 후에는 장례식 장과 가까운 곳의 연회장을 빌려서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이 책은 고인의 첫째 아들이 아버지의 자서전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처음 산 자동차 부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고 등등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록들이 정성스럽게 담겨져 있었다.


핀란드의 장례식을 우리에겐 정말 특별했다. 한국의 장례 풍경과 다른게 너무 많았다.


첫째로 눈물이 없다. 우리의 장례는 고인이 돌아가시자 마자 시작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슬픔이 장례식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또 전통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의 장례식은 그 슬픔이 어느정도 진정된 후에 진행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눈물은 별로 볼 수 없다. 아마 핀란드의 전통적인 기독교 문화도 슬픔을 달례는데 어느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로 초대된 사람들만 온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결혼식에는 초대장을 보내는데 장례에는 초대를 하지 않는다. 다만 알아서 듣고 찾아와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Open Invitation이 아닌 이상 초대된 사람들만이 장례에 참석할 수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이곳에는 조의금 문화가 없다. 즉, 선주들이 모든 비용을 해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면 그 돈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때로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음식은 대접하지 않고 차와 다과만 준비한다고 한다. 두번째 이유는 이곳 장례식은 무지하게 길다. 보통 4-5 시간이 기본이다. 장례식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긴시간을 계속해서 함께하면서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누고 위로한다. 그러니 고인을 잘 모르는 (우리같은) 사람들이 참석할 경우 그 긴 시간동안 나눌 이야기도 없고 오히려 지루할 수 있다.


어떤 문화가 더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차분하게 진행되는 핀란드의 장례식를 통해서 또 다른 점을 배울 수 있었고 삶에 대해서 또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