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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가족 이야기

인터넷 서핑 중 우연히 발견한 보석같은 블로그!


빼빼가족


나이 50,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칸 집 팔아 25인승 미니콤보, '무탈이'에 몸을 싣고 유라시아를 349일 간 횡단한 황당한 이야기.


그 우여곡절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정성스러운 글 하나 하나...

지금은 빼빼가족 아빠가 여행기를 책으로 지필 중이라 블로깅을 잠시 멈추었으나

현재까지 올린 내용들 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준다.


블로그를 곰곰히 보다가

20년 전 우리 가족이 미국을 종단했던 경험이 떠 올랐다.


내 나이 13살, 

우리 가족은 미국 매릴랜드 주에서 1년간 거주했었는데 

도착한 여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부모님께서 우리 4남매를 위해(?) 여행을 준비하셨다.

당시는 어려서 그랬는지 더워서 그랬는지 차에 타면 일단 잤고, 여행지에 도착하면 일어나 돌아다니기를 반복한지라, 

이동한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또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특히, 오가는 길의 풍광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빼빼가족과 마찬가지로 우리가족은 모든 여행을 차로 했고, 때론 차에서 잠도 잤다.

잠을 자기 위해 디자인 된 차가 아닌 그냥 가족용 밴인지라...

한 여름 밤, 너무 더워 죽는 줄 알았고, 

밤에 지나가 던 경찰이 후레쉬로 차 안을 비출땐 (아마 불법 이민자를 검거하려는 듯...) 뭔가 창피해져... 그냥 자는 척 했었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갑자기 당시 우리가족이 여행한 거리가 궁금해져 구글 맵으로 찾아보았다.



일단, 먼저 미국 남부쪽으로 여행을 떠났었는데 메릴랜드에서 시작해서, 버지니아, 노쓰 캐롤리나, 싸우스 캐롤리나, 죠지아, 플로리다를 거쳐 키웨스트 까지 최단 거리가 편도  2,000km!


이 여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토론토에 있는 부모님의 친구분을 찾아가기 위해 자동차로 쉬지 않고 또 달렸었는데 메릴랜드에서 팬실배니아, 뉴욕을 거쳐 캐나다 토론토까지 최단거리 편도가 약 1,200km!


이거리를 왕복으로해서 합치면 6,400 km 정도되는군...

서울-부산 왕복 8번 정도되는 거리인것 같다.


하루 200km 349일을 여행한 빼빼가족에 비해, 

우리 아버지가 운전한 총 거리는 짧을지 모르지만, 

하루 달린 거리는 2배 이상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빼빼 3남매의 경험이 새삼 남의 일이 아닌것 같다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여행을 시작했을 때 빼빼 아빠의 나이는 49세,

미국에 갔을 당시 우리 아빠의 나이는 47세,


빼빼 아빠 가족이 해외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349일,

우리 가족이 해외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365일 어간,


빼빼 아빠는 집 팔아 갔고

우리 아빠는 진급을 뒤로하고 갔으니...


좀 비슷한가? ㅎ


두 분 모두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기 위해 큰 결심을 한 것도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일은 ...

지금으로 부터 20년도 더 된 일이니...

난 우리 아버지가 더 대단하다에 한 표!!!ㅋㅋ


어쨌든 빼빼가족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가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고

어떤 아버지가 되어 무엇을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지를 고민해보았다.


내 결론은...

결국 '축적된 인생'이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그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증명할 수 있는 건

'매일의 일상'이다.


빼빼아빠나 우리아빠나,

아이들을 위해서 결정한 그 '1년'은

그 날, 그 해 결정된게 아니다.


하지만 그 '1년' 

아이들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여행의 출발'에서의 아버지가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의 아버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1년', 

그 아버지의 모습 역시 

그 날, 그 해 생긴게 아니라

40여년간 살아 온 날들의 합이다.


그러니, 

결국, 

나의 오늘이 미래의 아이들에게 보여질 모습이고

나의 하루를 보며 미래의 아이들이 자라게 될 것이다.


한 기자가 빼빼아빠 최동익씩에게 아이들에 대한 교육철학이 있는지 물었다.

"철학? 없습니다. 아버지가 철학이 있으면 가족한테 전파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보고 자랍니다. 그래서 아버지 삶은 굉장히 피곤하고 힘듭니다" [빼빼가족 유라시아 횡단기] 이 가족, 신난다~ 집 팔아 산 중고버스로 세계여행


그러니...

오늘을 피곤하고 성실하게 사는 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