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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핀란드 교육관련소식

핀란드 정부, 외국인 학생에 수업료 납부 실행 보류

지난 해 핀란드 대학에서는 비 EU 권 학생들에 대한 등록금 도입여부가 큰 관심사였다. 이 제도에 대한 도입을 위해 핀란드 정부는 지난 4년간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올 해 하반기 최소 연 4,000 유로의 등록금을 도입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결론은... 다행히 '잠정보류' 이다.

(관련자료: Govt shelves tuition fee plan over criticism)


그럼 핀란드는 왜 등록금을 도입하려고 했고, 이 제도는 왜 잠정보류 되었을까?


먼저,핀란드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핀란드는 2012년 기준으로 학위 유학생들이 약 20,000 명, 교환 학생들은 약 10,000 명 재학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재학생수의 약 10% (30,000 명)를 차지한다.

(관련자료: Number of foreign degree students grows faster than other student mobility)

유학생 유치국 세계 2위인 영국이 전체 재학생 대비 유학생이 15% (350,000 명)인 점을 감안하면 유럽의 추운 변방 국가가 이룬 대단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자료: 영국의 해외 유학생 규모와 학비)


그러면 이 중 비 EU 권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전체 약 30,000 명의 유학생 중 등록금과 연관이 있는 학생은 학위 유학생들(20,000 명)이다. 이 중 비 EU 학생은 약 15,000 명으로 전체 학위 유학생의 75%를 차지한다. 현재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이들을 위해 핀란드 정부는 연간 약 12,000,000 유로 (한화 약 160 억원)를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자료: Tuition Fee Trial Flops, Finnish universities warily approve of tuition fees)


만약 핀란드 정부가 비 EU 권 국가의 학생들에게 학비로 연 최소 4,000 유로를 도입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약 60,000,000 유로 (한화 약 790 억원)를 연간 벌어들일 수 있으니 정부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제도를 도입하기 원할 것이다. 이런 주장이 나올 법도한 사실은, 핀란드로 오는 유학생의 숫자는 지난 10년 간 약 2배 성장했으며, 이는 핀란드 대학이 우수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그렇다면 등록금을 도입하더라도 기꺼이 교육을 받기 위해 올 유학생들이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핀란드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학위를 마치고 다른 국가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기껏 나랏돈으로 외국인을 받아다 공짜로 공부를 시켰는데 정작 졸업을 하면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니..국가 이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정책을 왜 계속 추진하냐는 논리이다.

(관련자: MPs call for fees for non-EU students, 관련포스팅: 핀란드 대학원 석사과정 준비)



하지만 많은 핀란드 인들, 

특히 교육과 관련된 사람들은 정치인들과는 다른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들의 주장은,


첫째, 핀란드 교육에 대한 높은 평가는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에 대한 것이 아니라 중등교육 이하에 대한 평가이다(PISA, TIMMS)

앞서도 포스팅 했지만 핀란드는 교육을 공적자본으로 보고 있으며 핀라드에 존재하는 16개의 대학은 모두 동등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 핀란드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관련포스팅: 핀란드 대학원 지원서류 작성)

그러나 이 대학들 중 세계 대학 순위 평가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은 1개 뿐이니,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유학생들을 유혹할 만큼 높은 경쟁력이 있다고 하기에는.. 객관적인 자료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는 핀란드 대학이 좋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


둘째, 등록금을 도입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빠져나갈 것이 자명하다.

가장 좋은 예로 핀란드의 이웃 국가인 스웨덴과 덴마크를 들 수 있다. 핀란드와 비슷한 고민을 하던 두 나라는 최근 순차적으로 등록금을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유학생들(약 80%)이 빠져나갔다. 어쩌면 이 수요 중 상당수가 핀란드로 모여서 지금의 핀란드 유학생 숫자가 되었을 수 있다. 주위에 유학을 온 학생들에게 들어 보더라도 핀란드에 온 첫번째 이유는 바로 교육비가 무료!!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때문에 핀란드가 등록금을 도입한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고, 일부가 여전히 남아서 학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경제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며, 오히려 유학생의 이탈로 핀란드 대학의 국제적 경쟁력만 감소하게 될 것이다.


셋째, 대학을 졸업한 학생 중 약 25% 정도가 핀란드에 남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2-3년 정도 일을 하면서 낸 세금 핀란드 정부가 연간 유학생들에게 투자한 교육금 총액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즉 졸업한 학생들이 핀란드에 남아서 2-3년 이상 일을 하게 된다면 핀란드 정부에게는 오히려 좋은 투자가 되는 샘이다. 때문에 등록금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유학생들이 핀란드에 남아서 일을 하게 할 것인가, 어떻게 그 환경을 개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자료: Finland moves to the era of tuition fees – shuts doors for international professionals)


이 외에도 유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유학생들이 사용하는 생활비 자체가 핀란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생각하지 않고 나온 제안이라는 것. 핀란드에 체류하기 위해 정부가 제안하는 최소 생활비는 인당 연 6,720 유로 (약 900만원)이다. 하지만 평균 생활비는 8,000 ~ 10,000 유로이며, 통계적으로 집계되지 않아서 그렇지 이를 단순 계산으로 환산하면 150,000,000 유로 (약 2,000 억원)이다. 거기에 이 유학생들이 하는 연구, 다양성 등 핀란드 교육에 미치는 효과까지 생각한다면 등록금 도입은 매우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다행히 핀란드는 이번에도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전체적으 경제가 안좋은 상황이지만 유학생들에게 여전히 무료로 수업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과정을 말한다. 핀란드 어로 진행되는 과정은 아주 당연히 무료이다.)


이런 핀란드의 뉴스들은 지금 반값 등록금과 씨름하는 한국의 대학생들의 입장에선 안드로메다 뉴스로 보일 것이다.

아니 우리는 자국민들 학비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데 유학생들 학비까지 걱정하고 있다니..

아마 이런 이슈들이 한국의 상황이 되려면... 아직 많이 기다려야 하거나, 아니면 안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촌스럽게 표현하자면... 아직 희망은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 교육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시스템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전체적인 교육에 대한 열정과 관심 자체가 다른 국가에 비해 좋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핀란드 역시 교육시스템이 특출나다고 할 수 없다. 대부분의 핀란드 교육시스템은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 온 것이다.) 이 환경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이 환경을 어떻게 하면 좀더 이타적인 방향으로 이끄냐가 대학등록금 등 지금의 교육관련 문제들를 해결 할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 '내 자녀'에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내 자녀의 자녀' 그리고 그 자손들까지를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의 문제 회피성 정책보다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결국에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직은...

그냥 핀란드가 부러울 뿐이다.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