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중학교 방문 _ 2
학교를 방문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는가였다.
과연 핀란드의 수업은 한국과 어떻게 다르게 진행될까?
물론 핀란드나 한국이나 한 사례가 모든 수업을 대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보다보면 비슷한 점이 발견될 것이기에
내가 본 사례들를 참고로 올려 보려고 한다.
먼저 중학교 1학년 영어수업이다. (7학년)
전체 수업이 45분이고
학생은 13명이었으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영어 특성화반)
교사는 핀란드인이었으나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처음 약 20분간 교사 주도로
지난 시간에 살펴본 지문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지문은 "한 마을의 도덕성"에 관한 것이었고
쉽지 않은 내용이었으며
교사의 질문은 모두 지문의 이해에 관한 것이었다.
(문법에 관련된 질문은 없었음)
답을 알고 있는 학생은 손을 들고 발표하고
답이 지문의 어느 부분에서 나왔는지 말한다.
학생들이 질문을 할 때
때론 핀란드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교사는 대부분 영어로 답을 준다.
이후 중반 약 15분은 토론 시간이다.
먼저 지문과 관련된 토론 주제가 주어진다.
"Wooler 거주자들은 남은 돈을 챙길 권리가 있는가? 이유는?"
"영국에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동의하는가? 이유는?"
"사람들에게 항상 솔직하게 말을 하는가? 아니면 때로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가? 이유는?"
질문이 주어지면 학생들은 2-3명씩 토의를 시작하고
교사는 교실을 돌면서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간단히 토의한 것에 대해 발표한다.
이 후 일상생활과 관련된 토의 주제가 주어진다.
"친구가 너에게 불법복제 CD를 반값에 구매하라고 한다면?"
"공원 밴치에서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발견했다면?"
"너의 절친이 너네 집에 일기장을 두고갔다면?"
이것도 간단히 짝과 토의를 하고
원하는 학생이 대답을 한다.
이 후 약 5분간 문법을 공부한다.
먼저 교사가 핀란드어로 문법에 관한 설명을 한다.
그리고 다함께 간단한 문제를 푼다.
혼자 푸는 문제는 없다.
수업이 끝나기 5분 전에는 숙제가 주어진다.
양은 많지 않다.
그런데...
학생들은 숙제를 수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대부분 다 한다.
아니 그러려고 엄청 열심히 한다.
수업시간 안에 끝내지 않으면
집에가서 숙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45분 수업이 마쳐진다.
이 교사는 영어 특성화 반 뿐만 아니라
일반 영어반도 맡고 있으며
모든 반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한국과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내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
학생들의 활발한 "질문"이었다.
영어 과목에서 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등의 과목에서도
학생들이 질문이 있을 때
여지없이 손을 드는 모습을 본다.
교과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었지만
수업의 구성/내용이
교사가 준비한 내용 반,
학생의 질문에 관한 답변 반이었다.
적은 학생수 때문인지
교사와 겪이 없기 때문인지
전통적인 핀란드 수업 방식 때문이었는지는 모르나
적극적으로 지식을 찾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질문을 "사적인 것"으로 여겨
"공적인 시간"에 하지 않으려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대학원 수업을 듣다보면 이런 모습이
꼭 핀란드 학생들만의 모습이 아님을 본다.
특히 서구권에서 온 학생들은
수업의 규모, 학생 수와 상관없이
수업시간에 질문을 활발하게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질문은 사적인 것이 아닌
공적인 것이 된다.
즉, 나만 소유하는 감춰진 지식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열린 지식이 되는 것이다.